재무제표를 처음 들여다보기 시작한 2년차 켈리입니다. 예전의 저는 주식 종목을 볼 때 차트부터 봤습니다. 빨간 양봉이 길게 서 있으면 괜히 좋아 보였고, 거래량이 터졌다는 말만 들어도 “뭔가 있는 종목인가?” 하고 마음이 흔들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종목을 뒤늦게 사고, 조금만 흔들리면 불안해서 팔고, 다시 오르면 후회하는 식이었죠.
그때 처음으로 PER과 PBR이라는 숫자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이해한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처음엔 더 답답했어요. 숫자는 보이는데 그 숫자가 비싼 건지 싼 건지 감이 오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한 번 직접 계산해보고 나니, 적어도 예전처럼 분위기만 보고 매수 버튼을 누르지는 않게 됐습니다.
"PER 낮은 종목 사라"는 말을 듣고도 PER이 뭔지 몰랐다
주식 커뮤니티나 유튜브를 보면 “PER 낮은 종목을 사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듣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PER이 낮으면 싸고, 높으면 비싼 거구나. 딱 이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네이버 금융에 들어가 종목 정보를 보면 PER 옆에 숫자가 적혀 있어도 그게 왜 중요한지 몰랐습니다.
제가 당시 관심을 가졌던 종목은 국내 2차전지 관련 중소형주였습니다. 실명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을 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어떻게 숫자를 보고 매수를 보류하게 됐는지에 대한 경험담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2차전지 테마가 워낙 뜨거웠고, 주변에서도 “아직 더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괜히 지금 안 사면 늦을 것 같은 마음이 컸습니다.
검색할수록 더 헷갈렸던 EPS와 BPS 개념
PER을 이해하려고 검색했더니 바로 EPS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EPS는 주당순이익이라고 하는데,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이 말부터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당순이익이라니, 회사가 돈을 벌면 그걸 주식 한 주당으로 나눠본다는 뜻인가? 이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PBR을 보려면 또 BPS를 알아야 했습니다. BPS는 주당순자산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가진 순자산을 주식 수로 나눠본 값이라고 이해했는데, 처음엔 이게 더 어려웠습니다. 이익은 그래도 돈을 벌었다는 느낌이 있는데, 순자산은 장부상 가치라는 말까지 붙으니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그래도 하나는 알겠더라고요. EPS는 회사가 얼마나 버는지와 관련 있고, BPS는 회사가 가진 자산 가치와 관련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네이버 금융에서 EPS를 직접 찾아 PER을 계산해봤다
처음에는 PER 숫자를 그냥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계산해보면 느낌이 다르다는 말을 듣고, 네이버 금융에서 해당 종목의 EPS를 찾아봤습니다. 당시 주가는 43,500원이었고 EPS는 1,820원이었습니다. 숫자를 적어놓고 계산기를 켜는 순간이 아직 기억납니다. 뭔가 대단한 분석을 하는 것도 아닌데, 처음으로 남의 말이 아니라 내 손으로 확인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계산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사실 기대도 있었습니다. 혹시 생각보다 싸게 평가된 종목이면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습니다. 막연히 좋아 보이던 종목이 갑자기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가 43,500원 ÷ EPS 1,820원 = PER 23.9배가 나왔다
주가 43,500원을 EPS 1,820원으로 나누니 PER은 약 23.9배가 나왔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는 “그래서 이게 높은 건가?” 싶었습니다. PER 23.9배라는 말은 단순하게 보면 현재 이익 기준으로 주가가 이익의 23.9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여기서도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성장주니까 PER이 높을 수 있지” 하고 스스로를 설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업종의 다른 종목들과 평균 PER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동종업계 평균 PER 18배와 비교했을 때 든 생각
동종업계 평균 PER은 약 18배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본 종목의 PER 23.9배는 평균보다 높았습니다. 물론 평균보다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종목은 아닙니다. 회사의 성장성이 더 크거나, 이익이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높은 PER도 설명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당시의 저는 그 성장성을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수주가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지, 원가 부담은 어떤지까지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없었어요. 결국 제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남았습니다. “내가 이 회사를 잘 알아서 사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해서 따라 사려는 거 아닌가?” 이 질문이 들자 매수 버튼을 누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PBR 계산으로 장부가치보다 52% 비싸게 사는 거라는 걸 알았다
PER을 보고도 아직 마음 한쪽에는 미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PBR을 계산해봤습니다. PBR은 주가가 회사의 장부가치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는 지표라고 배웠습니다. 쉽게 말해 BPS보다 주가가 높으면 장부상 한 주 가치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이고, 낮으면 그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장부가치가 전부는 아닙니다. 특히 성장 산업에 있는 회사는 미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초보자인 저에게 PBR은 과열된 마음을 식혀주는 숫자였습니다. “이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나는 지금 얼마를 더 얹어서 사려는 걸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줬거든요.
BPS 28,600원 기준 PBR 1.52배의 의미
당시 BPS는 28,600원이었고, 주가 43,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니 PBR은 약 1.52배였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고 장부가치보다 약 52% 비싸게 사는 셈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좋은 회사라면 그 정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 프리미엄을 납득할 만큼 회사를 이해하고 있느냐였습니다.
그 질문 앞에서 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뉴스 제목은 많이 봤지만 사업보고서를 깊게 읽은 것도 아니었고, 경쟁사와 비교해서 이 회사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이 매수 쪽에서 보류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결국 매수를 보류했고 3개월 후 주가는 -18% 하락했다
그날 저는 결국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사실 멋지게 분석해서 확신을 가지고 피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숫자를 보고 나니 예전처럼 쉽게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PER은 동종업계 평균보다 높았고, PBR도 장부가치보다 꽤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그 가격을 정당화할 만큼 회사를 잘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 후 3개월 동안 해당 종목 주가는 약 -18% 하락했습니다. 나중에 주가를 다시 확인했을 때, 솔직히 조금 놀랐습니다. “내가 처음으로 계산해보고 안 산 종목이 이렇게 빠졌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 같았으면 아마 이미 물려서 매일 호가창만 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뿌듯함 반, "그래도 확신은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
주가가 내려간 걸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든 건 사실입니다. 처음으로 숫자가 저를 한 번 멈춰 세워준 경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맞혔다”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주가는 여러 이유로 오르고 내립니다. 제가 PER과 PBR을 봤기 때문에 무조건 하락을 예측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건 겸손함에 가까웠습니다. 내가 모르면 안 사도 된다는 것. 분위기가 뜨겁다고 꼭 따라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것. 그리고 계산 하나를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동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PER·PBR만으로 종목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배웠다
지금도 저는 PER과 PBR을 완벽하게 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다만 예전처럼 숫자를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PER은 이익 대비 주가를 보는 데 도움이 되고, PBR은 자산 가치 대비 주가를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 두 지표만 보고 좋은 종목, 나쁜 종목을 단정하면 위험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PER이 높아도 앞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날 회사라면 비싸지 않을 수 있고, PER이 낮아도 이익이 줄어드는 회사라면 싸 보이는 함정일 수 있습니다. PBR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부가치보다 낮다고 무조건 저평가가 아니고, 높다고 무조건 거품도 아닙니다. 결국 숫자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져주는 도구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재무제표를 보는 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엔 EPS, BPS가 너무 헷갈렸고, PER과 PBR 계산 한 번 하는 것도 괜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계산기를 켜서 직접 나눠보는 순간, 종목을 보는 눈이 아주 조금 달라집니다. 매수해야 할 이유보다 멈춰야 할 이유가 보일 때도 있습니다.
투자는 꼭 빠르게 결정해야 잘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숫자 앞에서 한 번 멈추는 것이 내 돈을 지키는 시작이었습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적어도 이제는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종목을 보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 묻습니다. “나는 이 가격을 이해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 하나가 초보 투자자인 저를 예전보다 훨씬 덜 흔들리게 만들어줬습니다.
⚠️ 이 글은 개인 투자 경험을 기록한 것으로,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댓글 쓰기